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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호 좌회전 큰 도로도 하자” 2006.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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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호 좌회전 큰 도로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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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박중현기자]

서울의 교차로 신호운영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좌회전 신호를 없애고 직진(녹색)신호 때 ‘비보호 좌회전’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신호대기 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면서 짜증이 사라지고, 소통도 훨씬 좋아지기 때문이다. 보행자가 횡단보도에서 기다리는 시간 역시 절반으로 준다. 자동차 배출가스가 감소하는 효과도 생긴다.

◆“서울서만 500곳 적용 가능”

서울시정개발연구원(원장 강만수)은 28일 ‘서울시 교통신호 운영 방법 : 좌회전을 바꿔야 서울이 바뀐다’는 주제의 세미나를 열었다. 이광훈 선임연구위원은 “서울의 1500개 교차로 가운데 편도 2~3차로인 교차로 500개 정도는 비보호 좌회전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현재도 일부 교차로는 비보호 좌회전을 허용한다. 하지만 편도 1차로인 이면도로 등 비보호 좌회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교차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는, 어쩔 수 없는 곳들이다. 이번 제안의 핵심은 편도 2~3차로 이상인 간선형 도로에도 적용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상습 체증지역은 곤란하다.



◆어떻게 운영하나

교차로 신호를 ‘통과’와 ‘정지’ 두 가지만 운영한다. 녹색신호가 들어오면 좌회전 차량은 교차로 안으로 들어가 기다린다. 이를 위해 교차로 안에 왼쪽으로 약간 굽은 ‘대기 차로’를 설치한다. 이들 차량은 마주 오는 직진 차량의 행렬이 끊어지면 좌회전 한다. 신호가 바뀔 때는 교차로 전체에 2~3초간 적색신호가 들어온다. 교차로 안에 진입했으나 미처 좌회전하지 못한 차량은 이 때 좌회전하면 된다.

◆지체도 절반 정도 줄어

서울의 현행 교차로 신호주기는 120초이다. 이 사이 남북방향 좌회전?남북방향 직진?동서방향 좌회전?동서방향 직진의 4가지 신호를 준다. 방향별 통행시간이 30초 정도인 반면, 대기 시간은 90초나 된다. 하지만 비보호 좌회전 시스템으로 바꾸면 주기를 80초로 줄여도 남북방향 직진?동서방향 직진의 2가지 신호만 주면 된다. 즉, 40초 통행하고 40초 대기하는 셈이다. 물론 방향별 교통량에 따라 다양한 변형 적용이 가능하다.

시정개발연구원은 “쌍문교차로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모의실험) 해본 결과 비보호 좌회전을 채택하니 지체도가 53%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강남구 도곡동사무소 앞 네거리의 경우도 모의실험 결과, 지체도가 43~47%나 줄었다.



◆문제점

물론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치로 입증하긴 어렵지만, 비보호 좌회전 교차로에서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다칠 우려가 다소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정개발연구원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 작업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이 때문에 교통관련 시민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비보호’라는 용어 때문에 사고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막연히 우려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시정개발연구원은 “실제 위험도에는 큰 차이가 없으므로 용어를 외국처럼 ‘허용(permissive) 좌회전’으로 바꿔 긍정적 인식을 갖게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 영국·프랑스·일본 등 많은 나라가 비보호 좌(우)회전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미국·캐나다 등은 채택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목할 점은, 우리나라 대도시의 교통 현실이 미국·캐나다보다는 비보호 좌(우)회전을 허용하는 영국·프랑스·일본에 가깝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외국 사례와 장·단점에 대한 정밀한 분석, 그리고 교차로에서의 과속 단속 강화 등 보완책을 강구한 뒤 과감히 시행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중현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j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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